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뒤로

하나로는 불안해 > 살며 생각하며

하나로는 불안해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07-04-23 22:53:21
조회수
1,011

글제목 : 하나로는 불안해
글쓴이 운영자
E-mail
등록일자 2004-09-29
조회수 49

이것저것 할일은 밀려있는데
늦가을 비는 추적추적 내립니다
여름내내 줄기차게 내리던 비
하늘님도 미안했던지 추수철엔 뚝 그치게 하더니
요즘 또다시  자주 내리는 비는 물고기 잡느라 물을 뺀 우리마을 저수지
빨리 채우라는 뜻이겠지요

농림수산 정보센터에서 있었던 여성농업인 글쓰기 한마당에서 최우수작으로 뽑혀
뜻밖에 김치냉장고를 받게된 울각시
제가 보기엔 그냥 그렇고 그런 글 같았는데~~
최우수상이라니........
저는 거기에 출연한 등장인물이 좋아서 상을 받은거라고 우기고 있지요

어제볼일이 있어 전주에 갔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시상식도 있고 하니 농림수산 정보센터에서 꼭 참석하라는 전화가 왔다며........

안간다고 상품안줄라고?
이틀에 걸쳐있는 행사라서 애들과 밥해먹을 일이 걱정되어 투덜거리면서도
갔다오라고 전화를 끊었는데 당장 저녁식사가 문제입니다
다행히 아침밥이 남아있어 김치만으로 저녁은 때우고..

도착하는대로 전화하라고 그토록 당부했는데도 각시는 감감무소식
비실비실 촌뜨기 아줌마 누가 잡아가지나 않았나
길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나

불안한 상상은 꼬리를 물어 이곳저곳 전화연락을 취해보는데
옆에 있을만한 다른 이들의 휴대폰마저 모조리 꺼져있습니다
9시가 넘어서야 무사히 도착하여 행사에 참석했다는 전화를 받고 안심이 되는군요

애들 밥먹여 학교에 보내려면 일찍 일어나 밥을 지어야할텐데
오늘 아침은 눈을 떠보니 벌써 7시반
밥이야 쌀 씻어 올려놓으면 되는것이지만 찌게라도 있어야 하는데.......

새로 담은 김장김치 한포기 대충 가위로 썰어 남비에 넣고
끓이다 간을 보니 싱거워 소금찾아 한숫갈 넣고
밥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것이 각시 솜씨보다 더 낫습니다
겨우 늦지않게 애들 학교에 보내고.......

오후에 정읍역에 도착했다는 각시 전화를 받고 마중나가 집에 데려오니
아침엔 아뭇소리 안하고 먹던 애들이 엄마를 보자 조잘조잘 일러바치기 시작하는데
김치찌게 맛이 이상하다나??

가끔 있는 각시만의 여행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고역입니다
이젠 공중전화 찾기가 힘들어서 집에 연락하기도 쉽지않다는 각시
내 휴대폰은 창피하다며 가져가길 꺼려하고 새로 사주자니 요금이 벅차고....
하나밖에 없는 각시 대도시엔 보내지를 말든지

아니면??
ㅎㅎㅎ~~~~


===================================문제의  글


오늘은 3년전에 붕어와 잉어등을 방류한 동네 방죽에서 붕어를 잡는 날입니다.
다 자란 물고기를 잡아 그것을 팔아 동네 기금으로 쓰기로 했기에
며칠전부터 방죽에 물을 빼고 그물도 준비했지요

동네 일이기도 하지만, 고기잡는 구경을 하고 싶어 혼자 가려는 신랑을 불러
하던일을 멈추고 따라나섰습니다.
방죽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분들이 와 계셨습니다.
눈부시도록 내리쬐는 가을햇볕이 따뜻한지 우렁이들은 진흙 속에서 고개를 내밀었다가
할머니들에게 붙잡히고 , 남자분들은 어른 손바닥만한
말조개를 자루가득 잡고 있었습니다.

<img src=http://home.puru.net/Users/DSBEE/userupload/DSC00151copy2.jpg>


그사이 동네어른 몇분은 붕어를 잡어넣을 큰 통들을 여러곳에다 옮겨다놓고, 그물을 손질한 젊은 사람들은 그물을 들고 방죽으로 들어가고
가슴까지 차는 물속에 들어간 청년들은 서서히 고기를 몰아 가쪽으로 나오는데,
이곳 저곳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붕어들이 은빛 비늘을 뽐내며 펄떡거립니다

먼저 들어간 청년들이 울신랑보고 형님 빨리 들어와요 하고 소리를 치니
울신랑 차가운 물속에 들어가기가 싫었는지, "나보다  젊은놈 더없나?" 하고 소리쳤습니다
옆에 계시던 만수동양반이 껄걸 웃으며, 에끼 이사람아 자네보다 젊은 사람이 어디있어?
내나이가 67세인데, 회관에 가면 내가 제일 젊다니까!해서 또 한바탕 웃음아닌 폭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할수없이 울 신랑 차가운 물속으로 들어가고,
그물 밑으로 도망간다며 천천히 가야한다는둥
위로 도망치니 윗 그물이 물에 잠기지 않게 하라며, 조심 조심 그물을 끌고 나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가만있으면 이상한겁니다.
구경만 하려던 마음은 어디가고 어느사이 저도 옷을 걷어올리곤 붕어잡기에 나섰습니다.

그물에 걸린 붕어들은 있는힘을 다해 도망가려 펄쩍펄쩍뛰고, 그런 붕어가 도망이라도 갈까
밖에서 기다리던 우리들은 두손으로 큰 붕어들을 잡아 통으로 던집니다.
진흙속에서 뛰는 붕어 때문에 얼굴이며 옷이 금방 흙물로 물들었지만, 큰 붕어들을 잡은
기쁨 때문에 그런것엔 관심조차 없습니다.

진흙속에 발이 무릅까지 빠져 힘은 들지만, 작은 붕어만큼은 몇 년뒤를 생각해 다시 놓아
주는 인심까지 베풀며 붕어잡기는 계속되었습니다.
물속에 들어간 사람들은 물이 얼마나 차갑던지 덜덜 거리며 고기몰이를 했고, 동작빠른
국순양반은 그물을 몰고가는 앞쪽으로 먼저 달려갔다가, 고기 다 쫒는다고 퉁생이를 맞기도
합니다.
오늘 만큼은 그물잡은 젊은 사람들이 대장인가 봅니다.
그러면 국순양반은 아무말도않고 꼼짝않할테니 빨리 고기나 몰고오라고 해서
또 한바탕 웃음꽃이 핍니다.

이번엔 월척을 잡았다며 그물을 몰고온사람들은 고기 잡을일은 생각않고
그냥 봐도 용왕을 닮은 큰 잉어를 만져라도 보자며 너도 나도 한번씩 들어올리니,
잡은 붕어부터 빨리 팔라며 마음급한 구경꾼들 소리지르고,
붕어가 죽으면 값이 떨어진다며, 잠시 그물을 거두고 잡은 붕어들을 깨끗한 물로 목욕을
시킨후 붕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저울에 달려 나갑니다.
목욕을 한 붕어들을보니 푸른빛이 도는 것이 깨끗한 물에서 자란 표시가 납니다.
한쪽에선 물속에 들어갔던 사람들을위해 따뜻한 커피를 타주고,
또 옆에서는 마른 나뭇가지들을 모아다 잡은 우렁이며 조개들을 구워 소주를 겯들이기도
합니다.
오늘만큼은 모두 근심걱정없는 모습들입니다.
따뜻한 차 한모금넣고 앞에있는 지혜엄마 얼굴을 처다보며 팥쥐엄마같다고 하자
자긴 콩쥐엄마 얼굴인줄 아냐며 웃어댑니다.
붕어란놈들이 진흙속에서 살겠다고 꼬리를 흔들때마다 우리 얼굴은 진흙 마사지를
원없이 했습니다.

그렇게 잡는대로 붕어들은 팔려나갔고 고기 잡느라고 차가운 물속에서 애쓴 사람들을
우리 집으로 오라고 해서, 붕어찜과 매운탕을 끓여 늦은 저녁을 먹었습니다.
월척이라고 잡은 잉어는 63센치의 웅장한 모습을 자랑했고,
이놈을 푹 고아 소스에 찍어먹고,국물은 몸보신 한다면서 한그릇씩 마시면서
분위기가 익어갈무렵

윗동네 초상이 났다는 소식이 전해오고, 그소리를 들은 만수동 양반의 얼굴색이
변하더니, 조문갔다 혼줄이 난 이야기를 꺼내십니다.
조문을 끝내고 집에오려고하니, 신고간 구두가 사라졌고,
집에는 와야겠고, 50여켤레가 되는 신발을 다시한번 살펴봐도 당신 구두가 없기에
할수없이 다른 사람구두를 골라 신고 일행들에게 빨리
집에 돌아가자고 하니, 차가 오기로 했다며 기다리자고 하기에, 한쪽 구석에서 기다리는데
죽을 맛이더라구.

어찌되었건 무사히 집에 도착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밖에 나갔다 돌아온 마눌님이
하는 소리에 또한번 기절할뻔
"지혜아빠가 어제 조문갔다 신발을 잃어버렸다네" 놀란 만수동양반은 마눌님한테
어제 신발 이야기를 했고, 마눌님은 빨리 그 신발을 지혜아빠 갔다주라고 하고
다급한 그양반은 신발이 그사람것인지 어찌 아냐며, 딸이준 티켓으로 신발을 사러갔는데,
무슨 신발이 그리 비싸던지, 기성화를 하나 사서 신고와, 문제의 신발을 보는순간
마음이 찝찝하여 신발을 들고 지혜네집에 가니, 지혜아빤 자기 신발이라고 반기더란다.
사정 이야기를 하며 신발을 돌려주었다며, 어이 생각들 해보소^^
그 많은 신발중에 왜 하필이면 옆집 신발을 신고와 또 맘고생을 했는지!
무사히 집에왔다고 마음푹놓고 잤는데, 눈뜨자마자 옆집에서 신발 잊어먹었다고 할때,
내 미치는줄 알았당께.

그러자 옆에서 듣고있던 지혜아빠는 자기도 , 예전에 신발이 없어져 다른사람것을
신고온적이 있었는데, 그 신발을 신고 어느 사무실갔더니, 신발 도둑 잡았다고 하는데, 그
때처럼 난감한적이 없었다며,
시골이라 잔치집이던 초상집이던 다 그 사람이 그사람들이니, 언제라도 들키게 되어있어
그날은 주인 슬리퍼를 빌려 신고왔다고 합니다.

어제 3일째, 마지막으로 3번 몰아, 100kg 넘게 신기록을 내며 붕어잡기는 끝을 냈습니다.,
그물을 한번 몰고올때마다 수없이 펄떡이는 붕어를 잡는 기분 아마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를겁니다.
덕분에 동네 기금도 든든해졌고, 붕어잡기 축제도 무척이나 재미있었습니다.
어제 마지막에 잡은 붕어로 회관에서 매운탕을 끓이고
과일이며 떡등을 준비해 작은 잔치를 하며 결산까지 마무리를 했습니다.

붕어를 판 돈으로 싱크대며 그릇을 장만하자는 의견에 냉장고를 구입하자는 소리에
마을 단합도 할겸 내년봄에 놀러가자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젊은 사람들이 추운데, 고생많이했다며 동네 어른들의 박수소리로 끝이 났습니다.
지금 이시간에도 동네 방죽엔 불빛이 환합니다.
몇일 더 잡으면 좋지만, 이웃 동네도 맛을 봐야 한다며,
시골에 넉넉한 인심을 베풀었더니,
오늘 하루종일 붕어잡는 차들로 북적거립니다.
3년뒤면 또 다시 우리동네 붕어잡기를 할겁니다.
젊은 사람이 없으니 우리 신랑 또 외치게 되겠지요
나보다 젊은놈 없나?




본문

댓글목록

댓글쓰기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