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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실명할뻔한 사건 > 살며 생각하며

옛날에 실명할뻔한 사건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24-03-13 21:04:51
조회수
265

요즘 난청,메니에르병으로 고생하는중에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옛날에 실명할뻔한 사건....

눈에 망막이 한꺼풀 벗겨져버린 그 사건...

그 어려움도 극복했는데

이번의 메니에르병도 훗날에 그저 잠깐의 악몽으로만 남아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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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0일


꿀벌에 기생하는 진드기를 잡기위해 쓰는 친환경적인 방법중에 개미산을 휘발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개미산을 휘발시키면 그 독한 냄새에 진드기가 견디지못하고 죽어나오는데
이 개미산이란것이 얼마나 강산성인지 흙이나 시멘트바닥에 한방울만 떨어져도 부글부글 끓는것이
염산보다 못하지않습니다

이 무서운 개미산을 진드기 잡는데 쓰다니.....
개미산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이고 벌집안에서도 잔류되지않고 날아가버리기 때문이지요
이미 친환경이란 화두는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으며 생산과정이 친환경이 아니면
살아남을수도 없으니 자의반 타의반 변해야 하고 세상은 맑아질수 밖에 없습니다
소비자는 왕이거든요
저도 파는것보다 사는것이 더 많으므로 이렇게 변하는 세상이 좋습니다

이틀전 일요일인 8일 오후
월동들어가기전에 진드기를 소탕하려고 개미산처리를 시작하였는데
물을 추가하여 60%정도로 희석했다지만 그래도 코를 찌르는 냄새는 여전하고 땅에 떨어져 부글거리는것도 원액과 별로 다름이 없습니다
휘발되는 양이 적거나 농도가 약하면 진드기가 죽지않고 반대로 너무 진하면 꿀벌도 엄청 죽을수있으며 한방울만 튀어도 피부가 따가울정도로 화상을 입습니다

이렇게 위험한 방법으로 진드기 잡는법을 전파한것은 80년대 폴란드(필리핀?)의 "보이케"라는 여류양봉학자였는데 당시의 한국 양봉협회 사무국장이 영어를 잘하여 국제회의 참석하고 나면 꼭 장문의 보고서를 작성하여 협회보에 게재하였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그 사무국장이 그만둔 지금 양봉업계는 국제정세에 까막눈이 되다시피 하였습니다
보이케 박사는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지......

당시 제가 쓰는 방법은  보온덮개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고무장갑을 낀손으로 희석한 개미산에 담가
적신후 흐르지않을정도로 짠 다음에 벌통에 올려주는 아주 원시적인 방법이었지만 지금은 휘발면적을
조절할수 있는 전문 기화기가 나와있어 훨씬 쓰기에 좋습니다
기화기를 만드는 업체도 여러곳이 있어서 골라 쓸수가 있으니 당시보다 훨씬 수월하지요

아직은 화학적으로 조제된 약제들이 같이 쓰이고 있는 과도기라고 볼수 있지만
이렇게 위험한 방법이라도 쓰려고 노력하는 농가들이 갈수록 늘어나는것은 참으로 좋은 현상입니다

전날과 같은 작업이었습니다
뚜껑에서 통안으로 연결된 가는 호스를 통해 주사기로 100cc정도의 개미산을 뽑아낸 다음
기화기로 배출하는 작업을 반복하던중 갑자기 주사기가 통에 걸리면서 개미산이 눈으로 튀었습니다
가장 큰 놈이 왼쪽눈에 정통으로 맞은것입니다
순간적으로 당한 사태에 정신이 혼미하고 그 고통을 뭐라고 표현할수 있을까요

아마 몇초동안은 눈을 쥐어잡고 있을수밖에 없었는데 참으로 다행히도 저는 조금은 침착한 편이라서
그 와중에도 비상용으로 미리 옆에 떠놓은 물그릇이 생각났고 얼른 눈을 씻었습니다
수도가로 가서 서너번을 더 씻었습니다
눈을 떠보니 아픈것은 여전하지만 보이기는 하더군요
조금은 안심하고 이런꼴을 각시나 애들에게 보이기 싫어 차안으로 들어가
거울을 보니 당연히 새빨갛고 엉망이지요

얼마나 지난후 밥을 먹으라는 아이들의 외침에 방으로 들어갔는데 이때는 오히려 점점 심해지고
있었습니다
눈물은 쉬지않고 줄줄줄.....
눈동자에도 껍질이 있어 한꺼풀 벗겨지는지 눈꼽처럼 떨어져나오는것이 있었고 안에서도 뒤엉켜있는것이 보입니다

일요일이라서 정읍의 안과는 모두 문을 닫았을 것이기에
택시운전을 하는 경석이아빠에게 상황을 설명하니 전주에 있는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으로 가면 치료받을수 있다며 서두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늦은것같습니다
눈은 이미 화상을 입었고 씻어내지못한 개미산은 모두 흡수되어 버렸을테니까요
또 지금 병원에 가게된다면 내눈은 이미 나의 의지를 떠날수 밖에 없게되겠지요

통증은 처음보다 더심해지고 아예 눈을 뜰수가 없을정도로 아프며 눈물은 더욱 흐르고
한쪽눈으로나마 볼라치면 감은눈의 눈동자가 따라서 움직이니 너무 아파서 그마저 감을수밖에 없습니다
항상 내일일을 모르니 신을 두려워할수 밖에 없는 인생
예전에 쯔쯔가무시에 걸렸을때는 그 전날 꿈자리가 안좋았는데 이번엔 그런 꿈도 꾸지않았으니
더욱 기가막히고 불과 잠깐전의 말짱했던 눈을 가진 나였는데 지금의 순간이 거짓말 같습니다

아무래도 더 씻어내야 했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는데 인터넷을 찾아본 아이들의 말로는
15분 이상을 흐르는 물에 씻어야 한다고 알려주니 포토샵의 히스토리 팔레트처럼 잠깐전의 순간으로 돌아갈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그렇게 간절할수 있을까요

로얄제리를 많이 타달래서 먹고 눈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바늘로 찌르듯이 아파야 할 눈이 별로 아프지않습니다
로얄제리를 넣어도 통증을 느끼지못하는 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에 공포가 밀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총각때 다녔던 부동산회사의 잘생기신 사장님
항상 눈에 붕대를 하고 다녔습니다
붕대와 반창고가 항상 깨끗한것으로 보아 날마다 새로 하는것을 알수 있었지만
누구하나 왜 그런지 묻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사장님은 그러면서도 운전엔 지장이 없는지 직원들을 태우고 장거리운전도 잘했습니다

얼마전에 세상을 떠났던 옆집의 봉사아줌마도 생각납니다.
어렷을때부터 눈에 하얀 막이 끼어 사물을 제대로 볼수 없었다고 하는데 아마 빛을 느끼기는 하는 수준이었던것 같습니다
벽시계의 커다란 아라비아 숫자가 뿌옇게 보이고 있으니
내눈이 그렇게 되어가고 있었지요

눈이 안보이니 귀가 예민해집니다
텔레비젼의 대화소리와 아이들의 이야기소리
눈이 보이지않는것은 세상의 모든 더러움을 보지않을수 있는 방법이기도 한것같습니다
나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세상은 저 높이 있으니 다툼이 생길리도 없을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각시는 하늘같은 존재입니다
잠을 자라고 합니다. 잠이 올때인가???
빨리 잠을 자야한다며 옆에와서 다독여주는, 어둠속에 느껴지는 각시의 체온은 참으로 따뜻합니다

한쪽눈을 잃으면 남은 눈마저 실명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아마 넘치는 시각정보를 한눈으로 감당하기 벅차서인듯합니다
그럼 요즘 재미를 붙이고 있는 영상촬영은 물론 꿀벌기르기도 어렵게 되겠지요
각시 혼자서 직장에 다니며 나와 아이들을 먹여살릴수 있을까....
촌에 마땅한 직장도 없는데.....
결국 이집도 팔아야 하겠지
각시도 결국은 포기하고 어디론가 가버리지않을까....
하지만 간다고 잡을방법도 없겠지
외간남자를 만나고 다녀도 알수도 없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것쯤은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겠지

늙고 병들어 각시나 애들에게 짐이 되면 절대 구차하게 병원을 전전하며 인생을 구걸하지않고
깊은산속으로  내알아서 들어가 혼자 죽겠노라고 큰소리쳤는데 지금 그 때가 오는것인가....
하지만 그렇게 내가 갚아야 할 업을 외면한다고 해서 갚지않고 그냥 넘어갈수는 없다는 진실이
그마저 어렵게 만듭니다

잠깐 눈을 붙이고 났지만 통증은 여전하고 시력은 변화가 없습니다
더이상 나빠지지는 않을것같아 조금은 안심이 되는중에 정우를 학교까지 데려다줘야 하기에
아직 고치지않은 트럭을 몰고 나가는 각시를 창밖으로 조금 보았더니 통증은 더욱 심해집니다
남은 눈이라도 조금이라도 쓰면 안되는군요

하루가 지난 어제 아침
눈을 뜨자마자 맨처음에 벽시계의 숫자판을 보았습니다
아주 조금 나아졌더군요
세수하며 눈을 씻어냈더니 역시 조금낫습니다

눈은 계속 빨갛고 엉망이 된상태는 똑같지만 어제와 달리 눈꺼풀이 개구리눈처럼 부풀어 올랐습니다
로얄제리만을 3~4시간 간격으로 계속 먹었습니다
조직 재생작용을 믿으며.....
낮이 되니 한쪽눈이 조금 떠졌습니다
주명이를 데리러 갈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느라 눈 주위가 헐었는지 조금 쓰라립니다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실에 항의하러 간다던 봉우선배님들
나의 이런상황도 모르고 전화를 하였습니다.
꿀은 흉작인데다 그나마 꿀값도 다 받지못하고 빚은 많은 상황.....
울고 싶은데 뺨때렸다며 벼르던 선배님
그 과격한 성격에 무슨일이나 저지르지않을까 은근히 걱정했었는데
살아있는것을 보니 분신까지는 하지않은듯합니다

그러나 갈데까지 간 선배봉우님의 급박한 상황에 처한 말과 행동은 시민모임 관계자들의 간담을 서늘
하게 만들었다는것을 대충 알수 있었고 일부 못된 유통업자를 잡으려다 애꿎은 농민마저 손해를 입히
게되어 미안하다는 그들의 사과를 들으며 화기애애하게 끝낼수 있었고

일부의 벌꿀에서 검출된 클로람 패니콜이란 항생제는 국내에서는 벌써 15년 전에 생산중단되었기에
당연히 쓰지않는데 한국꿀에서 검출되었다니 클로람페니콜이 일반적으로 검출되는 중국산 벌꿀을 밀수
로 들여와 국산과 혼합하여 포장하는 악덕업자들 때문인듯 하다는 것입니다
클로람페니콜이 검출된 벌꿀포장업자들을 고발해야 우리농가도 살수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들을 고발하는 방안을 서로가 모색하고 왔다고 합니다

다시 하룻밤을 잔 오늘
충혈된 눈과 부어있는 상태는 여전하지만 최악의 상태는 지난것 같습니다
눈물도 조금은 적게 흐르는군요
눈속에 로얄제리를 넣었더니 이젠 통증이 느껴집니다
신경이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지요

한눈으로 볼때는 평면으로 보이던 물체가  두눈으로 보니 신기하게도 모두가 입체로 보이니
신에게 감사해야 할일이지만 이런 예기치 못한일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속고 속이며 나의 자존심때문에 남을 공격하고 남이 안돼야 내가 사는 이 행로는
언제나 되어야 끝이 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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