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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고요 > 살며 생각하며

새벽의 고요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07-04-25 18:06:49
조회수
892

글제목 : 새벽의 고요
글쓴이 운영자
E-mail
등록일자 2005-08-11
조회수 97

5시로군요
열린 창으로 풀벌레 소리와 함께 가을이 들어오는듯 시원합니다
꽤나 길어지는 가을장마는 오늘도 집중호우가 있다는데
다행히 며칠전 로얄제리 생산작업을 중단했기에 그리 어려운일은 없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꿀벌들에 지장이 많지만
그래도 가뭄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기에
억지로 위안을 삼아 견디고 있답니다

비가 많으면 생각나는 잊을수 없는 악몽하나
결혼첫해부터 이동양봉을 따라나선 각시와
5월의 아카시아 때부터 가을까지 천막생활을 하였는데
그해 여름 분당고개너머 광주의 수리실 골짜기에서 맞았던 장마는 잊을수가 없습니다

열흘 밤낮을 비가 오더군요
당시 유명아나운서였던 봉두완씨도 방송에서 하는말이 자기평생에
그런 비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다행히 그치지않고 비가 오기는 하지만 폭우는 아니어서
그런대로 천막생활은 가능했는데
꿀벌들에게는 그보다 더한 악조건이 없습니다

새끼들에게 먹여야할 꽃가루가 비에 씻겨내려가 가져올수 없으니
벌들이 점차 약해지기를 거듭했지만
그래도 가을엔 150군의 벌통을 싣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에서도 점점 줄어드는 벌통은 다음해 봄 15통 정도밖에 안남고 모조리 없어졌습니다

첫애를 가져 뒤뚱거리는 배를 안고 허리 디스크때문에 고생하던 신랑을 도와
갖은 애를 쓴 각시의 고생한 보람은 간곳이 없고
패물을 팔아 벌을  다시 구입한것은 아마 그때 였을것입니다

힘들었던 그때가  지금은 과거가 되었고
끝나지않은 고난은 없었다는 생각이 드니
예전에 옆방에 올렸던 글이 떠오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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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에 올라간 정우
중학교는 초등학교와는 달리 책이 많으니 자주 빌려온다
밑에 두놈들이 학교에서 부지런히 가져오는 만화책이 있으니 이것도 내손을 꼭 거쳐가고 있지만
정우가 빌려오는 책들중에 내 구미에 맞는 책들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요즘 어느 선생님께서
사라고 하였다며 사온 어떤책 하룻새에 다읽고는 재밋다며 내게 갖다주어서야 제목을 알았다
'류시화' 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작가의 이름만 들어도 반가우니 그 선생님이 고맙기도 해라

역시 그 책은 기대를 저버리지않았는데
이제 초반부를 읽기시작하였지만 어젯밤 눈에 띄는 한귀절
류시화씨가 인도의 어느 요기로 받은 교훈 세가지

* 너 자신에게 정직하라. 세상 모든사람과 타협할지라도 너 자신과 타협하지는 말라. 그러면
누구도 그대를 지배하지는 못할것이다

* 기쁜일이나 슬픈일이 찾아오면 그것들 또한 머지않아 사라질 것임을 명심하라
어떤것도 영원하지않음을 기억하라. 그러면 넌 어떤일이 일어나도 마음의 평화를 잃지않을것이다

* 누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거든 신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지말라.
마치 신이 존재하지않는것처럼 네가 나서서 도우라

어쩌면 이렇게 정확하게 집어낼수 있었을까 경탄을 금할수 없었는데
인생을 살아가는데 이 3가지 교훈외에 다른 어떤것이 더 필요할까
아들딸들이 커가니 그만큼 다른일들이 생기는데
앞서간 많은 인생들이 역시 그런 이유로 울고 웃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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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요
슬픔도 기쁨도 영원하지않습니다

어제는 4박5일동안 서울의 무슨 영화제에 청소년 심사위원?으로 참석하는
영광을 누리고 정우가 돌아왔습니다
새끼들이 커가면서 영역이 넓어지니 덩달아 저의 간접경험도 많아집니다

며칠전 막내놈 교회에 가면서 혼자남은 나에게 "아빠 12시에 점심 드셔요"
던지고간 말에 이동중에 와계시던 장모님께서 막내가 가장 이쁘다는 말이
이해가 갑니다

아빠가 야단치면 밥을 안먹는 주명이에게 어느날
"너 어떻게 그런소리를 듣고도 계속 밥을 먹냐? 나같으면 밥이 안넘어가
절대로 못먹을텐데..."
"먹을거여요! 누구좋으라고 밥을 안먹어요"

누구좋으라고????
ㅎㅎㅎ~~
굶어봐야 저 손해라는것을 확실히 알게했으니
이젠 어떤상황에서도 밥을 굶는일은 없을것입니다

이제 시간이 나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지
각시는 고구마 순 김치도 담았습니다

대충 썰어넣은듯한 양파 방앗간에서 갈아다 넣은 새빨간 햇고추맛과 어울려
무더운 여름의 고구마 순 김치는 정말 시원하고 맛있답니다

어제는 차고를 짓는일을 시작했습니다
양봉사를 짓고 남은 파이프가 있고
역시 한겨울 꿀벌의 보온에 쓰던 쓰지않는 조립식 판넬이 있으니
파이프하우스 부속 몇가지만 더 사면 되는군요

돈은 그리 많이 들지않지만
차고의 편리함은 두말할 필요없지요
그리고 애지중지 해야 오래타겠지요~~

로얄제리 작업을 마치니 여유가 생겨 좋다는 글을 쓰려다 길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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