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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꾸는 > 살며 생각하며

애꾸는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07-04-25 18:28:58
조회수
1,237

글제목 : 애꾸눈
글쓴이 운영자
E-mail
등록일자 2006-07-25
조회수 100

사료를 주고 잠시후에 들려온 자지러지는 강아지의 비명소리에  달려가보니
못난이는 도망치고 흰둥이 새끼 한마리가 한쪽눈과 입에서 피가 줄줄흐른다
눈앞에 펼쳐진 참혹한 모습에 분노는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오고...

순간 머리속에서는 몽둥이로 못난이를 내리치는 나의 모습이 보이는데
저녀석은 작은 체구라서 죽을것같고 죽지않더라도 새끼들이 온전하지 못할것이다
그래.....저녀석이나 뱃속의 새끼들이 죽는것보다 흰둥이 새끼 한마리 애꾸눈이 되는것이 낫겠지

그렇지만 너처럼 흉포한 녀석과는 인연을 끊겠다
원 주인인 광수에게 바로 전화를 하여 못난이 다시 가져가라하니
요즘 개값도 비싼데다 새끼까지 밴줄 아는데 거절할리 없다
꼼짝않고 고개만 쳐박고 있는 어미 흰둥이에게서 풍기는 슬픔은 못난이와의 이별인지
아니면 새끼의 운명인지.....

해질녘이 되어서야 강아지의 비명은 멈추고 구석에 처박힌걸 구슬러 끄집어내놓고
흰둥이를 부르니 어미 흰둥이는 새끼의 감긴눈의 핏물을 핥아준다.
그래 네 맘도 아프겠지
다행히 어미에게 달려들어 젖을 빠는것을 보니 죽지는 않을것같았다

불쌍한 애야
내가 할수 있는 방법은 없단다
언젠가 나의 1톤트럭 바퀴에 깔려 다리가 부러진 강아지도 있었지
부목이라도 대주고 싶었지만 완전히 부스러진 뼈는 그럴 엄두도 못내게 하였어
그러나 며칠후.......열흘이 지나지않았는데도 그 흔적은 찾을수 없고 뛰노는 그녀석을 본거야
이것이 실낱같은 희망이라는 것인가보구나

오래전
이곳에 잔디를 처음 심을때의 일이었다
당시 키우던 개는 털북숭이 발바리였는데 각시랑 내가 애써 심은 잔디를 파 헤쳐놓는것을 보고
그녀석을 잡아 죽지않을정도로 담벼락에 내팽개쳐 버렸다
나중에야 그 때의 일을 생각해보니 지나친 애착은 이성을 잃게하고
본성을 잊게한다는것을  알수있었다

이번엔 참을수 있었다
그 어린 강아지를 애꾸눈으로 만든 못난이를 겨우 발로 한번 걷어차고 원주인에게 돌려주는것으로 참았다

나이를 먹으면 몸의 이곳저곳에 세월의 흔적이 남는다는것도 나는 늦게야 알았다
어릴때 가졌던 온전한 몸은 개구장이 시절의 흉터부터 시작되어
못생기고 변형된 발톱과 각질이 남는다
어느날 오른손의 손가락들이 조금씩 뒤틀린것이 눈에 띄었다
깜짝놀라 꿀벌을 오래한 동료양봉가들의 손가락도 확인해보니 마찬가지인것을 보고는 곧바로 체념해버렸다

손가락 한두개가 없어도 전혀 이상하지않던 곳에서 보낸 청소년기에
정신을 바짝차린 덕분에 손가락의 숫자는 변함이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 외에도 몸의 여기저기에 전문가의 칼자국과 실밥빼낸 자국이 늘어난다

나는 내일일을 알지못한다
내일 이시간까지 나와 나의 아이들의 눈이 성할지도 확신하지못한다
확실하게 아는것 하나는
나의 운명이나 나의 아이들의 운명이
내가 노력한만큼,내가 원하는만큼 꼭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니
그저 미리미리 세상에 속죄하는 마음이고
오늘 하루 무사하였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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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일
200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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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애착은 이성을 잃게하고 본성을 잊게한다는 그 말이 너무 마음에 와 닿는군요 저도 그런적이 많았으면서도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입니다. 새로이 옛이들이 떠 오릅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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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200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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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일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순간의 분노를 슬기롭게 넘길수 있는 방법을 깨우치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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