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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외로움을 모르는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 살며 생각하며

저는 외로움을 모르는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25-07-30 21:40:04
조회수
27

그런데 아닌가봅니다.

집으로 들어오는 제 차를 보면 언제나 쫓아나와 반겨주던 우리집 재구...

지난밤 장염으로 보냈습니다.

며칠전 힘들어 하는 재구를 가축병원에 데려갔으나 더위로 인한 열사병이라며 주사를 3대놔주고 약도 주고....

어릴때는 실내견으로 키웠지만 어느정도 덩치가 큰 봄부터는 바깥에서 자유롭게 키웠고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도 스스로 시원한 그늘을 찾아 흙에 배를 깔고 더위를 식히는 큰 개였는데 열사병이라니...

에어컨이 있는 거실로 옮겨 쉬게 했으나 전혀 차도가 없고 오히려 상태가 악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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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는 거실에 혈변을 한바가지나 쏟았습니다.

무지한 이놈은 뱃속의 쓰레기들을 쏟아냈으니 좋아지려니 생각했는데 그게 실수 였군요.

점점 더 야위고 물을 먹기는 하나 모두 다 게워내고....

재구야, 제발 내일아침까지만 견뎌라....

그렇게 저는 곯아떨어진후 새벽에 눈을 떠보니 2시경...

옆에는 재구가 잠을 못자고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안고서 밖으로 나와 소변을 보라했더니 또 혈변을 쏟아냅니다.

부랴부랴 다시 안으로 들였으나 상태는 점점 악화되는군요.

이녀석은 이리 아픈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곯아떨어졌고 옆에서 그걸 보는 재구는 제가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요?


새벽3시

혹시나 하고 가축병원에 전화를 했지만 역시나 안받는군요.

약을 먹여도, 프로폴리스를 먹여도 고통스러워하기만 합니다.

또 한번의 혈변....

거실은 냄새로 진동하고 저는 치우느라 정신이 없는데 

천만 다행히도 마눌은 안방에서 곯아떨어져 그 험한 꼴을 안보았습니다.


제발 죽지말고 살아만 다오...

그러나 재구의 눈빛은 점점 촛점을 잃어갑니다.

누구에게든 기도하고 싶고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싶습니다.

처음 인연되던날부터 얘와 나의 시간은 언제까지 일까 생각했는데...

누구나 만나면 헤어지는 때가 오는것을 알기에 

아직 1년도 안되었는데 왜 벌써 죽어야 하나...

왜 벌써 데려가는가...


심장을 주무르고 맛사지를 해도 거칠게 몰아 쉬는 숨을 막을수는 없군요.

그리고 멈췄다가 다시 몰아 쉬는 숨의 간격은 길어지고...

이미 촛점을 잃은 눈

조금이라도 편할까 싶어 감겨주려해도 감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숨이 평온해지는것을 보고 고비를 넘겼나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군요,

그렇게 평온한 숨은 잠깐뿐...심장이 뜀박질하듯이 요동을 칩니다.

마구마구 근육에 경련이 일듯이....

그리고 고요가 찾아왔습니다.


새벽에 문을 열고 나가면 어떻게 알았는지 현관문앞에서 기다리던 재구

넓고 넓은 울안의 텃밭, 어딜가나 나를 쫓다다니던  재구

마눌은 날마다 탁구장으로 가지만 우리 재구는 항상 저와 함께 있었습니다.

축 늘어진 재구를 안아다 포도하우스에 들여놓고 아침이 되어 재구의 모습을 다시 보니 어찌그리 마음이 아픈지요.

너무 더운 날씨에 싫다는 녀석을 잡아다가 억지로 물을 끼얹어 씻어주었더니 그걸 말리느라 풀밭에도 비벼대고 흙에도 비벼대고..

땡볕에도 앉아있더니 혹시 그것이 잘못되었을까...

억지로 먹인 약과 프로폴리스 탓일까..

어머님 돌아가셨을때에도 눈물을 안흘렸는데 눈물이 쏟아지는군요요...


포도나무가 없는 공간에 묻었습니다.

아침 식사중에도 눈물을 쏟는 저를 보고 마눌은 그럽니다.

"내가 이래서 애들을 안키우려는거야"

그래 당신맘도 이해하지...


불과 어제까지만해도 어딜가도 옆을 떠나지않던 우리재구

이젠 어디를 봐도 보이지않는군요.

포도밭 한켠에 묻은 흙을 다시 한번 밟아주며 재구야 미안하다, 재구야 미안하다....

그러나 마치 바늘로 심장을 찌르는것같습니다.

혈변을 본 그날에 병원에만 갔어도 살릴수 있었을텐데...

싫다는녀석을 억지로 씻기지않았더라면 괜찮았을텐데....


저는 지금까지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가까이하면 안될것같은 이종동생도 차단...

극단적으로 생각이 다른 국민학교 동창생도 차단...

돈많다고 거들먹거리는 동창생도 차단...

그래도 외로움따위는 모른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항상 같이 있던 재구를 보내고나서야 알았습니다.

저도 사람이라는것을....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온몸으로 전해져오는 재구의 빈자리...

여기도 없고 저기도 없고 이젠 다시 저 혼자로군요.

내일은 오늘보다 덜할까.....

하느님, 재구를 다시 돌려줄수는 없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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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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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령님의 댓글

신미령
작성일
삽살이 세마리를 이래 저래 보내고 다시는 멍이 에게
사랑을 주지 않습니다
길냥이들 배 고파 찾아 오면 열심 사료는 주고 있지만
떠나는 넘 들어오는 넘 눈 인사만 보냅니다.
준비 되지 않았던 멍이 와서 이별.....
아픔이 그대로 전달 되네요
아침 저녁으로 약간씩 가을이 오는 가 봅니다.
올 여름을 못 이기고....
희망 사항인 70세도 못 도달 할것 같은 위기감이 생기더군요
다시금  80세로 연장 해 봅니다
늘 하는 말이지만  건강하세요
즐겁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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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미령님도 그런 아픔이 있었군요.
저는 지금까지 인연된 개들이 여러마리지만 강아지때부터 실내견으로 키운것은 이녀석이 처음이고
오로지 주인만 바라보고 주변에서만 도는것도 이녀석이 처음입니다.
가는곳마다 이녀석과 같이 했던곳, 머물렀던곳....
마당 구석구석 텃밭 구석구석 어디를 가나 금방 이녀석이 보일것만 같은데 이젠 어디에도 없군요.
새벽에 일어나 현관문을 열면 항상 그랬던것처럼 꼬리치고 반길것만 같은데..
큰소리로 재구야, 재구야 불러봐도 이젠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저 포도밭 한켠에 이녀석을 묻은 자리 새 흙만 돋보이네요

미령님, 그렇잖아도 궁금했는데 건강하게 90세로 연장하시길 바래요~
규문님도 잘 계실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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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hy68님의 댓글

junghy68
작성일
안녕하세요.
게시물 잘 보고 있습니다.
저도 남도 출신 산골짜기 시골에서 유년시기를 보냈기에 동물들 추억이 있습니다.
초등학교때 수업끝나고 집에오면 소를 먹이기위해  바작을 착용한 지게를 지고 꼴을(소풀먹이)베러
친구들과 들녁에 나가곤 했습니다.
모든 동물들이 그렇겠지만 소도 새끼를 낳으면 어느 정도 기르고 나면 적정한 시기에 읍내장터 우시장에
팔러 소를 끌고 가려던 참에 어미소가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그 모습을 보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둥물들이 인간처럼 친정이 어디 있겠습니까?  나이가 먹어 친정엄마가 보고 싶다고 마음대로 올 수 있는게 아니기에
팔리면 그것으로 엄마소와 영원히 헤어지는 것이죠.

멍멍이도 그런것  같아요.
예쁜 강아지를 낳으면 대부분 분양되어 가지요.
어찌보면 인간만이 갖은 특별한 권리가 많지요.
결혼을 해도 친정집에 쉽사리 찾아가서 부모님께 특히, 어머니에게 아양도 떨고 넉두리도 하면서
그런데 다른 동물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가끔 동물들을 보면 안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리 금테두리로 입힌 집에 산다고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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