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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고 미룰수 없는일 > 살며 생각하며

덥다고 미룰수 없는일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07-08-26 07:35:26
조회수
2,305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덥다는 내말에 각시는 작년에도 이렇게 더웠다고 한다.
누가 오래살았나 모르겠네~~

앞서가서 가을을 준비하고 내년에 쓸 왕을 만들어야 하는 계절이니
요즘의 양봉농가는 더욱 바쁘다.
3회에 걸쳐 이충해놓은 여왕벌은 나오는 날짜가 정해져있으니 어떤일이 있어도 그안에 벌통을 쪼개놓아야 하는데 일을 시작하려니 없는 것 투성이였다

칸막이로 쓰는 베니어판도 갖다놓고  빈 벌통도 갖다놓았는데 개포가 부족하다.
부랴부랴 개포로 쓸 나일론 마대를 가져와 소형렌지에 불피우고 밀도를 달궈 치수대로 자르고 압핀도 부족하여 일하다 말고 학교앞 문방구에  가서 사왔다.

각시는 미리 빈통에 칸막이를 하고 가운데를 개포로 덮어 압핀으로 눌러놓으면
난 계상을 들어내고 아래층의 벌들을 빼내준다.
한쪽에 두장씩....
태어날 새끼들이 적당히 있는 벌집을 들어내어 양쪽에 넣어주면 4장
빈자리는 다시 소초와 소비로 채워주고 위층에서 먹이를 한장씩 빼서 넣어준다

여왕이 따라나가면 안되기에 꼭 왕을 확인해야 하므로 두번세번 찾다보면 시간은 훨씬 더 걸린다.
올봄에 꿀을 더 잘모은다는 검은왕 종자를 받았더니 더욱 확인하기가 힘들다.

각시는 교회갔던 어제
둘이서 하던일 오전내내 혼자서 하니 도무지 능률이 안오른다.
각시는 내가 아무리 빨리해도 알아서 척척 미리 다 준비해놓는데  난 왜이렇지?
총각때는 혼자서 했던 일들인데 늙어가는 징조일까?
그런데 그게아니었다.
그땐 누구나 지금처럼 벌통을 많아 가지고 있지않았었다
지금은 둘이해도 힘들만큼 다들 규모가 커진 탓이었다.

그늘이 아니었다면  이 더위를 어찌 이겼을까
생각할수록 등나무와 칡넝쿨을 올려놓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다가 감나무 그늘까지....
옛날에 어느날 갑자기 온 세상의 모든 물이 없어져버리면 어떻하나 하고 걱정했던적이 있었다.

땅의 수분은 강도 저수지도 지구상의 모든 물이 기체로 변해 날아가버리면 어떻하나..
절대 그런일은 벌어지지않았으니 한시름 놓았지만 요즘처럼 더운날엔 
이 세상의 나무들이 갑자기 말라버리면 어떻하나?
키가 커서 그늘이 넓은 감나무, 칡넝쿨이 없어진다면?
그 땡볕은 생각만해도 무섭다

며칠전 주변의 소나무 밭에 벌을 놓은 봉우들을 둘러보았더니
한곳은 산불로 나무들이 타버려 그늘이 없어져버렸고 그렇게 시원하던 바람은 더이상 불어오지않았다.
예전엔 저아래 들에서 올라오는 바람이 너무 시원하여 한여름만 되면 놀러가고 싶은 곳이었는데 나무가 없는 지금은 소나무 기둥에 의지해 지은 원두막도 더이상 남아있지않았고 땡볕의 벌통이 황량하여 얼른 그자리를 벗어나고만 싶었다

다른 두곳은 소나무 그늘은 좋지만 작은 잡목들이 우거져 바람을 방해한다.
우리집에 와보니 천국이다.
바람도 진한 나무그늘을 좋아하여 우리집으로만 몰려오는 듯 하였다

양 이틀간은 그늘도 더웠다.
햇볕이 강하면 바람도 강해지지만
높은 습도는 어찌할수 없다.

일은 해야하니 각시가 싫어해도 이 며칠간은  야만인이 될수밖에 없다
열은 가슴에서 가장 먼저 난다.
왼쪽가슴이 먼저 뜨거워지는 것이 심장때문일테니
인체의 불,심장은 인체의 엔진이라니 열이 나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겠지만
머리까지 덩달아 뜨거워지만 더이상 견디기 힘들다.

작은 뜨거움은 왼쪽가슴에 물을 묻혀 식히고
그래도 더워지면 시원한 지하수를 틀어놓고 머리를 들이민다.
포기한 각시는 이제 아무말도 안한다...ㅎㅎ
그렇게 몇번을 하고서야 어제까지 대충 일을 마칠수 있었다.
지금은  일해야 하는때
준비해야 하는 시기

올해도 코앞의 해수욕장은 9월에나 갈수 있을것 같다
폐장한 해수욕장은 한산해서 좋고 입장료도 안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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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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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님의 댓글

자유인
작성일
우리나라도 이미 아열대 기후로 들어섰다고 합니다.
비닐하우스에서 꽃 농사를 짓는 우리도 더위한테는 그 긴 가르마를 보이고 맙니다.
벌침 환우들 돌보느라 농사일 집어치운 지 오랩니다. 가끔씩 하우스에 들려서 구슬땀 흘리는 여동생 부부 바라보기 민망스럽습니다. 작은 이 몸뚱이 원하는 곳이 많지만 정작 제 사랑하는 가족에겐 도움이 되질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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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갈수록 견디기 힘들어질것같습니다.
고원지대인 진안에 산을 준비해놓긴 했는데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가꿔서 터를 옮기기가 쉽지않군요
그곳은 해발 약 400미터
아무리 더운 한낮에도 그늘만 들어가면 시원한곳인데
올가을 제 상품이 히트하면 가능성 있을지......

여기저기 원하는 곳이 많은 삶처럼 뜻있는 인생이 없을테니
저는 상균님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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