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뒤로

돌아온 흰둥이 > 살며 생각하며

돌아온 흰둥이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2-01-01 22:39:01
조회수
3,308

사람은 모든 사물들과 정이드는것 같다
시골생활에서 꼭 필요한 가축인 개는 감정이 풍부하여 서로간의 교류가 가능하니 더욱 쉽게 정이들고
심지어는 닭도 마찬가지다
개건 닭이건 한마리만 키우면 오로지 주인만을 알기에 항상 따르고 같이하려 하지만
두마리 이상되면 이때부터는 주인은 뒷전이고 저희들끼리의 교감을 키워간다
옛날 총각때 기르던 한마리의 닭
이놈도 심심하니 항상 나만 따라다니고 손에 올려놓아도 멀뚱멀뚱 쳐다보고 내려갈 생각을 하지않았다

그동안 이동다녔던 정들었던 봉장들...
그중에서도 2년의 여름을 보냈던 진안의 산골은 몇년을 두고 마음을 아리게 했었다
아무도 없었기에 모든 계곡이 내것같았던 곳
흐르는 물에 까맣게 떨어져있던 오디
여기저기 뽕나무는 많은데 혼자서 먹기에는 너무 많았다
항상 경계를 늦추지않던 까마귀가 살던 높은 바위

jinan-pointer%5B1%5D.jpg

집에 다녀오자면
어두운 밤에 벌천막이 있는 계곡으로 혼자서 트럭을 몰고 올라가는 길
제발 아무일 없어야 할텐데....
혼자서 천막을 지키고 있던 포인터 덜렁이가 헤드라이트 불빛에 보이는 순간 풀어지는 긴장
나의 젊음은 그렇게 사그러졌나보다

어제 오후
아직도 눈이 남아있는 마당의 벌통을 둘러보다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니 하얀개 한마리가 나를 보고 짖는데 모습이 영락없이 1달쯤 전에 사라진 우리집 흰둥이와 비슷하다
주인을 보고 짖을리는 없는데...
미심쩍어 하면서도 "흰둥아!" 하고 불러보니 좋아라 하고 달려와서 꼬리치고 반가워하는 놈
파란색 목줄을 보니 우리 흰둥이가 틀림없었다


25234_DSC00041.JPG

그동안 어디에 있다왔을까
목줄을 자세히 보니 개줄을 걸수 있는 고리가 떨어지고 없다
어디에 묶여있다가  그게 끊어져서 올수 있었나??
굶지는 않았는지 마른흔적도 없다
이웃집에서 개 끄을리는 냄새가 나기에 의심을 했었는데
잃어버린 놈이 죄받는다던 옛말이 또 한번 생각난다

이놈아, 자유를 박탈하지 않으면 네 수명에 지장이 있으니 이젠 절대 안풀어놓을테니 그리알아라!
개줄을 찾아 목에 걸고 아직 비어있는 뽕나무밭의 닭장으로 데리고 가 철선을 길게 당겨놓고 거기에 개줄을 끼워넣었다
철선이 있는곳까지는 마음대로 이동할수 있으니 그냥 묶어놓는것보다 훨씬 나을거야
그래놓고 올라오니 컹컹거리고 짖으며 따라오려 한다
짚이나 왕겨가 있으면 좋은데 트럭은 마눌이 타고갔고....
할수없이 이웃 빈집에 무성한 마른갈대를 베어 바닥에 깔아주니 얼른 그위에 올라가 자리를 잡는다
그나저나 흰둥이는 돌아왔는데  며칠전  눈내리는 밤 사라진 검둥이는 어디로 갔을까

본문

다음글 새해 꿈팔아요~ 12.01.02
이전글 마눌과의 대화 11.12.31

댓글목록

profile_image

이건기님의 댓글

이건기
작성일
흰둥이가 돌아오다니 기적이 일어났네요. 거의 포기하는 분위기였는데요.
검둥이가 그 사이에 또 사라졌군요. 검둥이도 돌아오길 바래야겠네요.
의심받았던 부부가 많이 억울했겠습니다. ㅎㅎ
profile_image

벌집아씨님의 댓글

벌집아씨
작성일
그양반들 지난해 우리 못난이를 그리 잡아먹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햇으니 그런 의심을 받을수밖에요. 미안하긴 하지만 지난해 귀염둥이 못난이를 꿀꺽한것을 생각하면
~~~
profile_image

서병섭님의 댓글

서병섭
작성일
귀염둥이 못난이는 너무 사랑해서 가슴속에(사실은 뱃속에) 묻어버렸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profile_image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뱃속에 쳐넣은것은 저어기 옆집....
뭐 뿌린대로 거두겠죠.

댓글쓰기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