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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놈 친구는... > 살며 생각하며

아들놈 친구는...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5-02-23 01:18:39
조회수
2,948

구정을 코앞에 두고 아들놈을 이사시켜주기 위해 1톤 트럭에 짐을 싣고 갔습니다.
그동안 살았다는 반 지하방...
대낮인데도 불을 켜야하는 방...
지금도 그렇게 사는 도시빈민들 많지요.
그돈이면 시골에서 훨씬 더 넉넉한 공간을 향유하며 살수 있는데....

그곳에서 짐을 마저 싣고 새로 얻었다는 신림동의 월셋방..
거실겸 부엌이 2평이나 될까, 1평반정도 되는 공간과 3평정도 되는 방 하나..
오래된 집이어서 단열은 부족하고 창문들 역시 홑창입니다.
도시가스가 들어온다는게 딱 하나 장점이라고 할까...

무거운 책박스며 책상을 나르느라 4층을 오르락내리락 몇번했더니 건강한 나도 지쳐버립니다.
시간은 저녁 8시가 다된것같은데 이번엔 학교에  고양이를 찾으러 가야 한답니다.
아빠가 안가면 혼자서 버스라도 타고 다녀와야 한다는데 안갈수도 없고...

정문에서 한참을 기다리니 고양이가 담긴 망인지 주머니인지 가지고 타더군요.
안에서는 연신 애닲은 고양이 울음소리..
"야옹, 야옹, 야옹"
아직 어린고양이인가 봅니다.
짐짓 모른채하며 아들놈에게 물었지요
"뭐라고 하는거냐?"
"빨리 꺼내달라고..."
"너 잘 따르냐?"
"네, 나만 따라요, 나없으면 풀이 죽어서 집에서 잘 나오지도 않는대요"
"샀어?"
"친구가 아주 어린고양이 하수구에 빠진거 건져 키우다가 못키우게돼서 내가 키워요"
"낮에는 빈집에서 고양이 혼자 뭐해?"
"자기도 하고...."

옛날, 혼자서 천막생활하며 벌키우던 총각때의 기억을 저는 잊지못합니다.
가끔 외출했다 돌아와 그사이에  누군가라도  방문하지않았을까... 작은 흔적이라도 찾아보던때...
그러나 아무 흔적도 찾지못하고 번번히 실망하던때...
그것이 외로움이었나봅니다.

아들놈이 학교가면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고양이
그 고양이라도 있기에 외로움을 이겨낼수 있을 아들놈...
"너그들은 30전에 모두 다 결혼해라"
30은 아빠가 결혼한 나이이기에 정한 기준입니다.
"요즘 30 전에 결혼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딸애까지 나서서 반항하다니 젊은이들 의식이 이렇게 바뀌었군요.
우리땐 남자나이 30넘으면 노총각, 여자는 27넘으면 노처녀축에 들었는데....

직장이 있어야 결혼도 할수 있으련만...
수많은 아이들이 직장도 결혼도 포기하고 고양이와 사는 생활에 익숙해질까봐 두렵고
이 현실에 아무것도 할수없는 나의 무능함이 서글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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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정님의 댓글

예민정
작성일
시골은 땅도 많고 빈집도 많아서 모만 들어가서 살기만 하면 된다고 누가 그러더라구요.ㅋㅋ 근데 그분 여시도 시골에서 안 산다는^^
근데..시골은 차가 무조건 있어야 하고, 갑자기 큰 병이 나면 병원 가기도 불편하고..도시에서만 살던 사람들은 시골에서 못살거 같아요..
전 시각장애인이라 그게 더 심하기도 하구요.. 어휴^^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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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땅도많고 빈집도 많은시기는 이제 지나버렸습니다.
그게...오래되니 흉가처럼 되거나 무너져서 쓸만한집은 1채도 없으니까요.
옛말에 처가집과 화장실은 멀수록좋다는 속담이 있습니다만 저는 병원은 멀어도 좋다고 봐요...
병원이 파업하면 사망율이 줄어든다는 사실~
겁내지마세요. 다 적응하기 마련입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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