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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칼을 샀습니다. > 사진게시판

좋은 칼을 샀습니다.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5-01-14 22:51:39
조회수
5,170

얼마전 마눌이 잔소리를 합니다.
결혼초엔 말을 안해도 칼을 잘 갈아주더니 이젠 몇번을 말해도 안갈아주네...
생각해보니 그런것같습니다.
원래 칼이며 낫등을 쓸일이 많았기에 숫돌에 갈아 날을 세우는것은 그리 어렵지않았고
칼을 갈아 날카롭게 날을 세우는 일은 은근히 재미있는 일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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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주방에서 쓰는 스텐재질의 칼들은  깨끗하기는 하나 별로 잘 들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예전에 쓰던 재래식? 부엌칼들이 그리 좋다는 기억이 없었으니 별다른 방도가 없어 그냥  쓸수밖에 없었지요.
비싼 독일제 칼은 아주 잘든다고 하나 거품이 많을테고....

그러던 차에
엊그제 인터넷에서 강원도 둔내에 대장간에서 부엌칼을 아주 잘만든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폭풍검색후 그날로 주문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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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칼 2개와 좀 작은거 1개에 택배비까지 해서 39000원
디자인은 예나 지금이나 촌스럽습니다.
그러나 대장간 할아버지 얘기를 들으니 기차레일을 잘라 만든칼이라서 아주 잘들거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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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칼날에 손을 대보니 서늘할정도로 날카롭군요.
새 칼이니 당연히 갈아줄 생각이었는데 더 갈면 마눌 손가락이 위험할것같습니다.
얼마전에도 새로 갈아주었더니 2번이나 베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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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쓰던 도루코 칼과 크기는 비슷하고
둔내칼은 칼자루가 새카맣습니다. 이부분은 칼이 빠지지않도록 가락지를 만들면서 불에 달궈진 상태로
나무에 감기때문에  탄 자국입니다.
정읍에도 대장간이 있어서 옛날에 재미있게 본 모습이거든요.
지금은 정읍은 물론 둔내 대장간도 배우려는 이가 없어 할아버지 돌아가시면 문을 닫을 상황이라고 합니다.

공장에서 대량생산돼 나오는 요즘의 농기구들은 문제가 많습니다.
특히 재작년에  제가 산 중국산 1000원 짜리 호미는 얼마나 약한지 한해 여름에 3개나 부러지더군요.
나중에야 여러군데 돌아다니면서 대장간에서 두드려 만든 호미를 샀으니 대장간이 없어진다는 것은
여러모로 아쉬운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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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님의 '신약'을 보면 '신검'을 만드는 방법이 나옵니다.
정말 그런칼이 만들어질지는 모르지만 수백번의 망치질속에 제작자의 혼이 녹아든 칼은 예사칼과는 확실히 
다르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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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여러대의 똑딱이 카메라를 써왔고 칼사진도 찍어보았으나 지난연말에 새로 산 DSLR카메라가 훨씬 낫군요.
캐논 eos 70d
푸르스름한 느낌까지 그대로 담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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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얇아서 휘청거리는 스텐칼에 비해 적당히 두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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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끼치도록 날카로운 날
칼은 편리한만큼 조심해야 합니다.
뭐든지 밝은만큼 어두움이 있는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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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땐 연이며 팽이며 썰매며...
대부분의 놀잇감을 직접 만들어 놀았는데 덕분에 지금도 손에는 칼에 벤 흉터가 3개나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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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끝에도 신경을 썼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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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부분 모서리도 역시 날카로움을 줄인것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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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시골로 내려오기전에는 저도 공돌이 생활을 해본적이 있기에 이해가 좀 쉽군요.
열처리 담금질에 '요일'은 '오일'의 오자입니다.
다른기름이 아닌 꼭 들기름을 쓰라고 하니 들기름은 뭔가 다른가봅니다.

칼은 제가 지금껏 써본것중에 가장 좋은 쇠로 만들어진것으로 보입니다.
살짝 갖다 대기만해도 미끄러지지않고 아주 잘드는것이 고숙성꿀을 뜰때 사용하는  '밀도' 를 이 쇠로 만들어보면 좋을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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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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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핑크님의 댓글

요정핑크
작성일
칼이 참말로~ㅋ 좋아보입니다.

벌집아저씨님~ 너무 너무 오랫만이예요.
너무 바쁜 곳으로 인사발령이 나서.. 한동안.. 바쁘고 힘들었었네요.
그때 진정 로얄제리가 필요했는데 바빠서 제몸 챙길 시간도 없었네요.
ㅋ 근데.. 이번엔 또 조금 나은 곳으로 발령이 나니 여유가 생깁니다.
여유가 생기니.. 주위를 둘러보게 되네요.

사람한텐 여유가 정말 중요한거 같습니다.

인스턴트가.. 아닌 이런 장인정신이 깃든칼..
정말 멋져보입니다.

저는 한동안 고생을 했더니 ㅋ 얼굴도 푸석푸석
로얄제리를 좀 먹어야 겠습니다
로얄제리 주문하러 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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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저는 핑크님이 팔자좋은 부자집 마나님이신줄 알았더니 직장다니시는군요...
씀씀이가 크신것같아 그리 생각했습니다~ㅎㅎ
그런데 핑크님도 칼을 좋아하시다니...
답글을 이제서야 보았네요.
오늘 2군데 모두 보냈으니 푸석푸석은 버리고 맑고 투명한 얼굴 되찾으세요~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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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섭님의 댓글

서병섭
작성일
아휴~
힘들게 숫돌로 칼을 갈아쓰셨군요.
그냥 일반 스텐칼도 평범한 칼갈이로 몇번 쓱쓱 문질러서 쓰면 잘 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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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홈에 끼우고 잡아당기는 칼갈이가 있기는 한데 날이 망가질까봐 숫돌을 씁니다.
숫돌보다 좋고 편리한것은 사포입니다.
사포를 유리판에 붙여놓고 칼을 갈면 아주 잘 갈리는데 잘 안사게되네요.
300방정도 되는 사포에서 일단 갈고 1000방짜리에서 마무리하면 끝내줍니다.
너무 예리해서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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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수님의 댓글

한범수
작성일
칼을 택배로 구매하고 주인장과 칼에 대한 상식을 나누고자 전화를 하였는데
참 불쾌할 정도로 퉁명스러워서 얼른 전화를 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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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친절하신 분이던데 왜 그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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