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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옴붙은 날 > 살며 생각하며

재수 옴붙은 날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08-03-07 23:03:29
조회수
6,259

차를 댈곳이 없어서 한참을 헤맸다
사랑방과 경기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오니 나이탓인지 차를 세워둔곳이 생각이 안난다
한참을 헤메다가 어느녀석들이 내 차를 카 리프트에 올려놓고 막 분해를 하려는 현장을
보고 너무도 너무도 기가막혀서 디카를 꺼내 사진을 찍으려는데 마음이 너무 급했는지 스위치를 눌러도  전원이 잘 안들어오고 그사이 그놈들중의 한놈이 손으로 카메라를 막아버려 사진도 찍지못하고 잠을 깨어버렸다

내차를 빼앗기는 꿈이라니.....
카메라 전원도 안들어오고.......
그녀석들의 리프트에서 왜 나의 스포티지는  옆으로 기울어져 있었을까
누운상태로 곰곰생각해보니 이거 좋은 꿈은 아니다

오늘은 뭔가 심상치 않은 날이 될거라는 생각을 하며 요즘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 무었인지를 곰곰히 생각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부터 친구랑 시작한 보일러 배관공사는 다용도실 바닥의 흙을 모두 걷어내고 아래층 보일러실을 향하여 대접만한 구멍을 뚫어놓았고  아래층의 보일러실 역시 기름보일러와 심야보일러의 배관을 모조리 스텐주름관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기에 주변이 온통 어수선 한중에 후배가 찾아왔다

다시 또 떠날것같다고 한다
빚보증때문에 날린 집을 두고 경기도에서 목부생활을 하다가 다시 돌아온 고향
틈틈이 농사일을 하며 특기인 용접일도 하는데
재작년 가을엔 커다란 무를 잔뜩 갖다주고 작년가을엔 가격이 너무 떨어져 재미가 없다며 생강을 또 잔뜩 가져왔던  그 후배
하필이면 심는 작물마다 가격폭락으로 고전을 할까
도저히 아이들 가르치기가 힘이들어 또 떠날수 밖에 없다고 한다

왜 꼭 대학교에 보내야 하는데?
남들이 다 가는 대학교 안가면 어떤일이 일어나는데?
우린 이미 경쟁이 안돼
똑같이 경쟁하면 질것이 뻔하니 우리는 다른 방법을 써야 되는거야
반대하고픈 마음은 굴뚝같지만 난 나의 생각을 조리있게 표현하여 설득시킬만한 힘이 없고 능력이 없다

산에 들어가면 그렇게 많은 돈이필요없는 거라고...
그렇게 많은 배움도 필요없는 거라고....
지금 우리가 얻으려고 노력하는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은 허상이라고
그리고 그들이 승자처럼 보이는 현실도 아직은 끝이 아니라는것을 알려줄 힘이
나에게는 없다

차에 있는 후배의 마눌과 아들을 불러들여 차한잔을 대접하고 보내니
어떤 도움도 줄수 없는 능력없는 내가 참 답답하기만 하였으니
아마도 오늘아침의 꿈은 이렇게 안좋은 소식을 들으려는 꿈인듯 하였다
어느분은 혼자서 집을 1천채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데....
수백채 이상  가진사람도 수백명이 넘는다는데.....

오후 늦게야 작업을 마무리 하고 친구는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다용도실에 쓸 선반용 목재와 구멍을 메꿀 1회용 우레탄 폼을 사왔다
깡통은 고루 흔들어야 하고 모기약처럼 위로 향하면 가스만 나오니 안된다던 설명을 떠올리며 옆으로 기울여 쭉 쭉 거품을 쏟아내었다

아래층에서 천장의 구멍을 메꾸자니 거품이 아래로 흐르고 자주 쓰는것이 아니니 서툴러서 손에도 묻고 깡통에도 묻는다
그래도 이때만해도 설마 일이 이렇게 되리라는 생각은 하지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에 묻은 거품은 점점 굳어가기 시작하고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나는 부랴부랴 닦을것을 찾아 헤멨다

석유로도 안지고 알콜에도 안지고
물에도 안지고 비누는 물론 프라스틱 솔이나 철수세미로 박박 문질러도  안떨어지는 초강력 본드가 찰거머리처럼 손바닥과 손등에 달라붙어  거북이 등보다 더 까칠해진것이다
쇠톱날로 긁어도 안떨어지고 어쩌다 떨어진 작은 자국을 보면  빨간 속살이 보이니
살가죽이 같이 떨어지는 것이다

엉망이 된 손으로 방에 들어오니 각시가 기절초풍을 하고 놀라고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더니 철물점에 가면 그거 닦는 약품이 있다고 하는 소리를 듣고 조금 마음을 놓는것같다
이런 손을 가진 서방과 평생은 못산다나?

그 놈의 꿈이 아직도 남아있었다니....
재수 옴붙은 날.....
설마 또 뭐가 남아있는것은 아니겠지?
내일 철물점에 가보긴 하겠지만 시간이 약이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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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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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수님의 댓글

이덕수
작성일
우래폼이 손에 묻어 고생을 하셨군요.
그거 취급 할 때는 속에 1회용 비닐장갑 그위에 헌 면 장갑을 끼고 시공이 끝나면 버리는게 상책입니다. 한번 붙으면 찰거머리처럼 떨어지지 않는 그 거품
그래도 구멍 막는대는 최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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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조금만 꼼꼼하면 이런일이 없을텐데
장갑을 잘 안끼는 것이 습관화되다보니 이번에 단단히 혼이 났습니다
덕수님도 그거 써보셨군요~
그 재미있는 폼이 이렇게 골치아픈 일을 만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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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님이님의 댓글

꽃님이
작성일
ㅋㅋ~ 사돈 남말합니다~거칠고 위험한 일을 할땐 반드시 장갑을 끼고 하라고 그리 잔소리를 하여도 왠만하면 맨손으로 해 부치는 호반농..손은 언제나 철수세미 같지요~ 그래도 폼을 쏠때는 장갑을 끼는걸루 보면 고거이 그렇게 심각한줄 알고 있는건가봅니다~ㅎㅎ 그나저나 손에 붙은 폼은 잘 떼어내신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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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이제 완전히 떨어졌어요.
후유증으로 손등이 하얗게 갈라진게 남아있기는 하지만 곧 정상이 되겠지요
좋은 경험했습니다

덕수님께서도 일을 꽤 좋아하나봅니다.
그런것도 쓰실줄알고~
저와달리 조심조심 할것처럼 보이는데 그것도 아닌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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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아씨님의 댓글

벌집아씨
작성일
야생마 신랑때문에 잠시도 혼자두면 불안해집니다. 신랑손에 두꺼비 두마리가 붙어있는줄 알았습니다.분명 제품이 나오면 그것에 약한것도 있으니 알아보라해도 칼로 긁으면 된다고 우기는데...그럼서 당신 팔자가 이런신랑이랑 살 팔자라나요. 암튼 1년에 두번씩은 마눌 간덩이 놀라게해야 되는가 봅니다.
기본이 우통 벗어던지고 장비없이 하는 사람인지라~~꽃님이님도 마음 편할날 없겠느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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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수님의 댓글

이덕수
작성일
봄벌님
매 맞고나면 잠시 후련할테니
싫컷 두들겨 맞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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